책이야기/출판

산을 닮은 집(충북의 고택 이야기)

바탕~ 2012. 12. 12. 15:13

책 소개

김정미 기자가 충북 지역의 전통 고택 20개소를 소개하였다.

우리의 전통 가옥은 자연과 어울리며 공존하는 생활 방식에 중심을 둔 주거 공간이다. 충북의 대표적인 고택을 찾아서 건축의 특성, 집에 얽힌 이야기, 살고 있는 사람들 모습을 취재하였다.

단양 조자형 가옥, 제천 정원태 가옥, 제천 박도수 가옥, 제천 청풍문화재단지, 충주 최함월 고가, 충주 윤민걸 가옥, 음성 김주태 가옥, 음성 공산정 고가, 괴산 김기응 가옥, 괴산 청천리 고가, 괴산 홍범식 고택, 청원 이항희 가옥, 청원 신형호 고가, 청원 과필헌 고가, 청원 문의문화재단지, 청주 한월동 고가, 보은 선병국 가옥, 옥천 춘추민속관, 영동 성위제 가옥, 영동 소석고택

 

서명 │ 산을 닮은 집(충북의 고택 이야기)

저자 │ 김정미

출판사 │ 도서출판 직지

출판일 │ 2012. 12. 12.

정가 │ 15,000원

면수│ 240면

판형│ 130×190mm

ISBN│ 978-89-89011-78-1 03810

 

표지 이미지

 

 

작가 소개

 

김정미(金貞美)

충북 괴산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진학하기 위해 청주로 나온 것이 도시 생활의 시작이다. 청주대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5년간 평범한 직장인으로 안정적인 봉급생활을 했지만 가치 있는 삶을 선택한 이후 걷잡을 수 없이 빈곤해졌다. 연구원 비정규직과 사회단체 출범 준비위 사무국장, 여성학 스터디의 반 년 간 여성교양지 편집간사까지 다양한 사회경험을 쌓으며 파란만장한 이십대를 보냈다.

신문 밥을 먹기 시작한 것은 대학원을 졸업할 즈음이다. 출발은 또래보다 늦었지만 이십대의 풍부한 경험은

자양분이 되어 돌아왔다. 중부매일 문화부를 거쳐 정치부, 뉴미디어추진본부, 사회부에서 두루 취재 경험을 쌓았고 지금은 다시 정치부 차장으로 일하고 있다. 뉴미디어추진본부에서 익힌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틈틈이 SNS ‘재능기부’ 강의하는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긴다.

소외된 것, 잊히는 것들에 깊은 시선을 보내고 억울한 일들, 거짓을 앞세우는 일들에 날선 비판을 보낼 줄 아는 가슴 뜨거운 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십대가 되어서도 발랄한 분노와 격정적인 희망은 가능하다고 믿으며 <전통에 말을 걸다>, <충북의 전통술>에 이어 ‘충북의 고택 이야기’ <산을 닮은 집>을 삼십대의 세 번째 흔적으로 남긴다.

잉크의 늪 www.blog.naver.com/2galia

 

 

머리말

여는 말 : 지나간 것은 견고하다

 

나는 집에서 태어났다. 그 집에서 자랐고 그동안 살아온 삶을 통틀어 가장 훈훈한 추억을 쌓았다. 아버지를 낳으시고 다시 손자손녀를 직접 받으셨던 할머니는 내가 태어난 그 집, 우리 아버지를 낳으셨던 그 집에서 칠십 몇 해를 사시고는 생을 마무리하셨다. 벌써 20년도 더 지난 그때, 누구나 이별은 하는 것이라고…. 우리 할머니 전복녀 여사는 말없이 슬픈 깨달음을 안기고 홀연히 떠났다.

그리고 이제 그 집은 없다. 몇 해 전 오래되고 볼품없어 허물어버린 그 집터에 번듯한 새집이 들어섰다. 모든 것이 사라져버렸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삶의 영역까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어서 코스모스 살랑이던 골목도, 시원한 대청마루도, 보물단지 같았던 다락방도, 눈 쌓인 안마당도, 제비 즐겨 앉던 빨랫줄이며 마중물 한 사발 마시고 울컥울컥 하다가 쿨럭쿨럭 시원한 물을 쏟아내던 샘터 펌프까지도 또렷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지나간 것은 현재적인 것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최소한 훨씬 더 견고하고 훨씬 더 지속적이다” ―타르코프스키 Andrei Tarkovsky <봉인된 시간>

나와 가족들에게 견고하고 지속적으로 남아있는 그 추억의 공간에 주말이면 어린 조카들이 찾아와 흙장난을 하고 눈싸움을 하고 강에서 피어오르는 자욱한 물안개며, 그것에 희미하게 둘러싸인 먼 산을 바라보며 아침을 맞는다. 내 형제들과 아버지의 노력이라기보다 여럿의 합치된 노력으로 이루어진 영역에서 나는 추억을 회복하고 그 회복된 기운을 미래의 내 아이와 어린 조카들에게 전해줄 것이다.

집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집이 사라지고 난 뒤였다. 공간은 변했지만 삶의 영역은 그대로였다. 그러다 문득 견고하게 남아있는 ‘지나간 것’의 사라짐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 같은 것이 생기기 시작했다. 생각을 멈추는 순간 모든 추억은 시간 창고에 갇힐 것이다. 켜켜이 쌓인 먼지 같은 이야기들도 허공에 날리다 말 것이 분명했다. 이야기를 줍고 싶었다. 태어나고 자라고 생을 마무리하고 또 다시 새로운 생명을 만나는 공간, 건축, 마을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축한 오래된 집들이 궁금해졌다. 그렇게 해서 찾아 나선 주제가 충북의 고택이었다. 집을 주목했으나 단순히 집 이야기만 다룬 것도 아니다. 건축 전공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한 마디로 보이는 것이 적었다. 취재를 하며 한옥을 공부했다. 사람들을 만나며 집의 분위기를 이해했다. 고택에서의 하룻밤을 기대했지만 충북의 많은 고택 가운데 손님에게 내어줄 방을 두고 있는 곳은 한 손으로 꼽을 만큼 드물었다. 사람이 사는 집도 있었지만 살지 않는 빈집들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사람 중심의 공간’이라서 인간적이라는 한옥의 아름다움을 그래서 나는 아름답거나 인간적으로 표현할 자신이 없었다. 고택 취재를 하며 한 번쯤은 건물 안의 시선으로 밖을 바라보리라 했건만, 바람과 햇볕과 습도도 느껴보리라 마음먹었던 내 취재의 팔 할은 집 안이 아닌 집 밖의 시선으로 채워지고 말았다.

물론 아쉬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람이 집에서 나고 자라고 마무리하는 것처럼 집도 자연에서 나고 쓰이다 사라진다는 어쩌면 당연한 이치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처음 고택 취재를 시작한 곳이 단양이었는데 산에 앉은 고택을 바라보면서 사람을 품은 집이랑 참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람도 집도 나고 만들어지고 자라고 쓰이다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는가. 이 책의 제목 ‘산을 닮은 집’은 그런 바탕 위에서 만들어졌다. 취재를 다니면 다닐수록 처음 마음먹었던 많은 목표들을 내려놓게 되었다. 한 집안의 역사, 풍수, 마을 유래 등등 이 모든 것을 담기엔 시간이 부족했고 무엇보다 지식이 얕았다. 고택을 만나러 가는 것은 이야기를 줍는 것이고 오래된 사람들의 향기를 채집하는 것이라고 스스로 주문을 외웠다. 그 과정에서 가뭇없이 사라져버린 옛 이야기의 한 조각도 만나고, 도대체 숨은 쉬고 있는 것인지 애처롭게 경직돼 멀뚱하게 보존되고 있는 고건축도 마주했다. 그리고 마침내 스물 하고도 몇 채의 고택을 만났던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충북의 모든 고택을 전부 깊은 시선으로 담아내진 못했지만 부디 이 책, <산을 닮은 집>이 고택에 대한 관심을 샘솟게 하는 따뜻한 마중물이 되길 기대해 본다.

 

2012년 겨울에 김정미

 

 

 

목차

 

여는 말 / 지나간 것은 견고하다……6

단양 조자형 가옥 / 사람을 품고 자연에 안기다……14

제천 정원태 가옥 / 초가삼간은 안녕한가……28

제천 박도수 가옥 / 사람이 살고 있었네……38

제천 청풍문화재단지 / 수몰 위기에서 한옥을 구하다……52

충주 최함월 고가 / 달빛에 젖으며 떠올린 선(善)……68

충주 윤민걸 가옥 / 담장마저 아름다워라……80

음성 김주태 가옥 / 시원한 사랑채, 보수적인 안채……92

음성 공산정 고가 / 구들이 있어야 한옥이지……104

괴산 김기응 가옥 / 장수와 복의 염원을 담다……112

괴산 청천리 고가 / 전통에 돌봄을 더하면……122

괴산 홍범식 고택 / 독립운동가와 소설가의 집……134

청원 이항희 가옥 / 조각가의 집이 되었네……144

청원 신형호 고가 /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154

청원 과필헌 고가 / 고택이 계륵(鷄肋)인가요……160

청원 문의문화재단지 / 문의지역 서민들의 오래된 삶……172

청주 한월동 고가 / 청주 한씨의 자부심이 되다……184

보은 선병국 가옥 / 동량지재(棟梁之材)의 산실……194

옥천 춘추민속관 / 범재(凡齋) 선생을 아시나요……206

영동 성위제 가옥 / 내외의 담을 거둬버리고……216

영동 소석고택 / 너른 들에 우뚝 솟은 사랑채……228

참고문헌…238

 

 

 

본문 미리보기

 

∣단양 조자형 가옥(丹陽 趙子衡 家屋)

사람을 품고 자연에 안기다

 

중요민속문화재 제145호

충북 단양군 가곡면 덕천1길 19 (덕천리 49번지)

조선시대 가옥

 

단양읍에서 남한강을 두 번 건너면 단양군 가곡면 덕천리 국수봉 산자락에 집 한 채가 고즈넉하게 앉아 있다. 자동차로 읍내에서 덕천리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어림잡아 약 10분 정도. 길 아래로 굽이쳐 흐르는 남한강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덕천리에 닿게 된다. 마을 입구에는 커다란 고목 두 그루가 서 있는데 ‘Y’자 모양으로 갈라진 길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얕은 오르막길과 푸른 하늘과 오래된 나무 한 그루가 그려내는 풍경이 멋스럽다. 나무가 만들어준 그늘을 통과해 마을 안쪽으로 조금만 더 들어가면 해발 200m의 야트막한 산자락에 1770년, 조자형의 6대조 조덕수에 의해 지어졌다는 조자형 가옥이 모습을 드러낸다. 일제시대에는 최 씨, 한국전쟁 당시에는 박 씨가 집의 주인이었다가 1958년 조성락 씨가 대폭 수리하고 1972년 조자형 씨가 가옥의 주인이 되면서 문화재로 지정받았다. 지금은 조성범 씨가 가옥을 관리하고 있다.

활짝 열린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 아담한 안채가 한눈에 들어온다. 트인 ‘ㅁ’자 형의 이 집은 ‘ㄱ’자 형의 안채와 ‘ㄴ’자 형의 행랑채가 더해져 아늑한 느낌을 준다. 대청 앞쪽의 툇마루를 보자 옛 생각이 절로 났다. 어린아이 걸음으로 한 시간을 걸어 학교를 다녔다. 산길로, 들길로, 강 길로 뛰어다니며 놀며 쉬며 집으로 돌아오면 어른들은 밭일을 나간 뒤라 혼자 밥을 챙겨먹기 일쑤였다. 그래도 잊을 수 없는 것은 밥에 샘물을 부어 풋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고 낮잠을 자던 일이다. 풋고추 맛이 어찌나 싱그럽던지, 낮잠은 또 얼마나 달콤하던지 대청마루를 보니 유년의 기억이 떠올랐다. 조자형 가옥의 대청마루 기둥에는 목숨 ‘수壽’자가 걸려 있는 것이 특이했는데 한겨울 마루 안쪽까지 깃든 햇살이 깊었다.

조자형 가옥의 안채는 동남향으로 사랑방과 안방 뒤쪽에 툇마루가 설치됐다. 방이 모두 3개였는데 2칸의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동쪽에 건넌방을, 서쪽에 안방을 들이고, 건넌방 아궁이에는 가마솥을 걸어 놓았다. 안방 뒤쪽에 있는 쪽마루는 바로 옆 부엌과 연결된다. 안방과 부엌은 벽장으로 구분하고 부엌 위로 다락을 설치했다. 건넌방에는 마루시설 없이 아궁이가 설치돼 있고 사랑방에는 툇마루가 설치됐다. 바로 이 공간에서 조성범 씨는 신혼시절을 보냈다고 했다. 부엌과 붙은 사랑방은 중부지역 가옥에서는 매우 드문 형태이다. 보통은 안채에 부엌과 안방, 대청과 건넌방을 두고 행랑채에는 외양간과 광, 대문을 두기 때문이다. 부엌 옆에 사랑방을 두는 것은 주로 남부지방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건넌방과 행랑채 사이에서 인기척이 들려 뒤뜰로 발걸음을 옮기니 부부가 돌무더기를 줍고 있다. 집 주인이라고 했다. 조성범(1959년생) 씨와 이주연(1961년생) 씨 부부였다. 단양군청에서 근무한다는 집 주인장으로부터 집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저는 이 집에서 태어났어요. 1636년생인 15대 할아버지가 덕천리에 오면서 마을이 형성된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400년이 채 안 된 거죠. 이 집은 1770년대에 덕 자 수 자 되는 할아버지가 지으셨다고 해요. 전면 보수도 한 번 했고 수시로 보수를 하고 있습니다. 목조건축은 사람이 사용해야 1천 년 이상 이어갈 수 있다고 하는데 생활하기가 불편하다 보니 사용이 쉽지 않아요. 신혼생활을 이 집에서 보냈고 직장 때문에 읍내에 나갔다가 아버님께서 돌아가시면서 지난해 동네로 들어왔어요. 이곳에서 500m 떨어진 곳에 관리사를 지었죠. 하루 이틀 정도는 체험을 할 수 있겠지만 매일 살라고 하면 고택은 불편한 게 많아서 안 살라고 합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에 고택도 관광숙박업으로 개정되면서 관광 진흥 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것입니다. 전국적으로 고택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고 화장실이나 부엌 등 내부는 체험이 가능하도록 공사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우리도 그 공사가 최근에 막 끝나서 내년부터 고택체험을 할 계획입니다.”

고택체험을 한다니 반가운 일이었다. 고택을 찾아다니면서 가장 아쉬운 부분도 사람이 살지 않거나 숙박이 되지 않는 문제였다. 2013년에는 단양에서도 한옥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어떤 좋은 사람들과 다시 찾을까 벌써부터 마음이 들뜨는 느낌이었다. 단양을 올 때마다 아름다운 풍경에 가슴이 탁 트였지만 휘황한 모텔과 오래된 여관을 보면서 얼마나 아쉬움이 많았는지 모른다. 단양에 단 하나뿐인 고택에서의 하루,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기대는 잠시 접어두고 안주인 이주연 씨의 안내를 받아 집 안을 둘러보았다.

주방에는 싱크대가 들어오고 욕실이 만들어졌지만 한옥 느낌은 그대로였다. 조자형 가옥에는 안채에 3개, 행랑채에 2개의 방이 있다. 행랑채에서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오른쪽으로 외양간과 광이 있어 뒤뜰로 이어지고, 대문 왼쪽으로 툇마루가 달린 방과 또 다른 방이 부엌과 이어져 있다. 부엌이 2개 방이 5개가 되는 것이다. 이 집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마루*였다. 대청마루 이외에도 안방 뒤쪽 측면 툇간에 쪽마루를 달았고 안채에 붙은 사랑방 앞쪽과 행랑채의 대문 옆 방에도 툇마루가 있어 정겹다. 충북 단양은 강원도와 인접해 있지만 강원도 쪽으로 갈수록 영남지방에는 ‘ㄱ’자형 집이 드물다고 하니 그런 점에서 이 집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하는지도 모르겠다. 단양에서 문화재로 지정된 고택이 조자형 가옥 하나라는 점도 조성범 씨가 집에 자부심을 갖는 이유다. 건넌방에는 마루 대신 큼지막한 가마솥이 걸린 부뚜막이 자리하고 있는데 마치 사용 중인 가마솥처럼 깔끔하다. 금방이라도 불을 때고 방 안에 들어가 뜨끈하게 등을 덥히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년부터 시작할 한옥체험에 고무적인 것은 조성범 씨의 아내 이주연 씨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단양에서의 특별한 하루를 위해 조자형 가옥이 썩 괜찮은 숙박체험 장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걱정되는 부분은 집으로 이어지는 마을 안길의 상황이다. 도로가 불편해 차량을 주차할 곳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몇 차례 보수작업을 거치면서 마을 주민들에게 이만저만 민폐를 끼친 것이 아니다.

작업 중 소음에 먼지야 그렇다고 해도 이웃주민들은 문화재로 지정된 이 집으로 인해 2층 건물을 짓지 못한다. 단층이라고 해도 높이 제한을 받는다.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하고 있지 못하는 것이 부부는 “우리 탓만 같아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했다. 집을 둘러보는 사이 부부는 다시 옛 창고가 있던 뒤 뜰 언덕에서 돌무더기 줍는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다른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있을까 해서 한옥 예찬 한마디를 청했다.

“춥고 생활하기 불편하지만 한옥은 정겹고 아름답잖아요. 어린 시절부터 초가집이며 기와집을 많이 보면서 컸기 때문에 우리 전통가옥이 정서적으로 좋게 여겨지는 것 같아요. 특히 우리 집의 경우 풍수지리에 밝은 분들이 오시면 ‘집이 참 잘 앉았다’고 할 만큼 터가 좋다고 해요. 그래서 그런지 이 동네에 한옥이 모두 세 채가 있었다고 하는데 두 채는 헐리고 한 곳 남은 집이 우리집이에요. 단양에서 문화재로 지정된 고택도 여기 하나뿐이니까 더 잘 보존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어요. 그런 뜻에서 이 집 토지도 할아버지에서 바로 스물여덟 살인 아들이 물려받았어요. 우리 부부는 집을 잘 가꾸고 보존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어요.”

조자형 가옥은 산이 품은 한옥이었다. 자연의 모습을 거스르지 않는 소박한 한옥을 바라보면서, 이곳을 찾았다던 수많은 풍수지리 연구가들이 집 주인장의 심성과 품성도 살피고 한 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집이란 사람이 들어 사는 곳이고 또 그 사람의 마음을 배려하는 것이 으뜸이고 보면, 사람의 심성을 다듬어 주는, 혹은 배려한 집이야말로 최고의 집이 아닐까. 단양의 살기 좋은 3명소 가운데 하나라는 덕천리 마을, 이곳에서 한옥 지킴이로 생활하고 있는 부부, 그들에게 얻은 작은 위로는 이런 것이었다. “정겹고 아름다운 것은 지켜져야 합니다.”

==============

* 온돌이 추위에 적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건축요소라면 마루는 더위에 적응하기 위해 발달됐다. 바닥과 닿지 않고 떨어져 있기 때문에 바람이 통하고 쾌적한 느낌을 준다. 방과 방을 연결하는 기능도 한다. 한옥의 마루는 동바리마루, 우물마루, 툇마루, 쪽마루, 누마루 등 종류도 다양하다. 툇마루는 퇴칸에 만들어진 것을 말하고 쪽마루는 이것보다는 작은 것을 말한다. 뒤뜰로 연결되는 문에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누마루는 전망을 고려해서 대청마루보다 높게 만든 것이고 장마루는 긴 마루 널을 놓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