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문화유산 시리즈 I 『마음으로 읽는 중원인의 얼굴』
2009, 충북학연구소, 글 김선영․연숙자 사진 권기윤
따뜻함이 고여 있는 얼굴 (용정동 돌장승)
• 명칭 청주순치명석불입상(淸州順治銘石佛立像)
• 종목 시도유형문화재 제150호 (청주시)
• 소재지 청주시 상당구 용정동 522
• 시대 조선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용정동에 있는 이 불상은 돌기둥을 이용하여 얼굴과 상체를 조각하여 석장승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찰의 수호신 역할을 하는 석상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전체 높이 316cm, 머리 높이 70cm이다.
‘돌덩이 속에는 이미 그 형상이 들어 있다’는 말이 있다. 조각상이 되기 전, 수많은 돌덩이 속에는 이미 운명이 정해져 있으며 석공이나 조각가는 돌 속에서 그 형상을 본다는 것이다.
청주 용정동 마을 입구의 석상을 보면 타고난 돌의 운명을 엿볼 수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시원스럽게 조각된 눈썹과 도드라진 눈두덩이다. 얼굴 크기에 비해 전체적으로 매우 큰 눈이다. 함씬 올라간 입꼬리와 살짝 쳐진 듯 올라간 눈꼬리 때문에 한 눈에 봐도 빙그레 웃고 있는 모습이다. 눈에 비해 코와 입은 작은 편에 속하고 특이한 것은 인중이 제법 또렷한 선으로 음각되었다는 것이다. 모자인지 두상인지 모를 선이 길둥그렇게 머리에 나 있는데 그 윤곽이 미미하여 무어라 짐작하기 어려운 반면 인중선과 눈 부분은 매우 강조되어 있다.
넙데데한 얼굴에 광대뼈가 도도록하게 올라온 것이 소박한 웃음이다. 눈, 코, 입이 얼굴 길이의 절반 아래 모여 있어 귀엽고 따듯한 느낌의 얼굴이다.
제법 크게 새겨져 있는 백호는 이 석상의 정체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흔히 이 석상을 ‘용정동 돌장승’이라고 부르는데 정식 이름은 ‘청주순치명석불입상’이다. 석불입상이라고 한 데에는 이마 위에 새겨진 백호 때문이다. 배 부분에 새겨져 있는 50여 자의 명문 중 순치 9년 11월 16일에 세웠다는 기록으로 인해 ‘순치명석불입상’이라는 정식 이름이 붙게 되었다.
두 손을 모아 무언가 간절히 발원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흔히 불상을 향해 민중이 비는 것이지 불상이 비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귀도 조각되지 않았으며 부처상에 나 있는 삼도도 없으며 법의 또한 걸치지 않았다. 이로 미루어 짐작할 때 이 불상은 돌장승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장승은 마을입구에 세워 그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했다. 마을 사람들은 이 장승으로 인해 든든한 배경을 가진 듯했을 것이다. 용정동 돌장승은 근엄함보다는 편안함이 있으며 수려함보다는 서투름이 있어 마을 사람들에게 더욱 푸근한 존재였을 것이다. 먼발치서 장승의 모습이 희부옇게 보이기만 해도 마음이 놓였을 법하다.
용정동 돌장승은 넉넉한 웃음으로 이 들녘에 부는 바람도 다스리고 곡식을 보살펴 풍요로운 마을이 될 수 있도록 살펴 주었다. 마을 사람들의 안녕은 물론 그들의 발원도 묵묵히 들어주며 항상 이곳에 서 있었고 앞으로도 서 있을 것이다. 변치 않는 그 마음과 그 웃음을 뿌리며.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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